천만 원짜리 학원보다 강력한 영어 실력의 비밀: 독서
국제학교에 다니는 우리아이... 영어는 문제없다?
국제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모두가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영어를 잘한다’는 말은 개인의 목적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에서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이 목표인지, 입사 시험을 위한 영어 능력, 즉 읽기와 쓰기를 중점으로 한 시험 영어가 필요한 것인지, 영어권 국가로의 유학을 목표로 하는 것인지에 따라 기대하는 수준과 방향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크게 네 가지 영역,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나뉩니다.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말하기와 듣기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드뭅니다. 비록 원어민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어색한 콩글리시가 자연스럽게 통용되기도 하지만, 원어민 교사의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의사를 영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즉, 말하기와 듣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는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교육수준에 상관 없이 누구든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말할 수 있듯이, 어릴 적부터 영어 환경에 노출된 국제학교 학생들은 영어로 말하고 듣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기 마련입니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 없이 시간이 흐르면 자동으로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읽기와 쓰기는 어떨까요?
한국어가 모국어인 우리도 모두가 같은 수준의 독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쓰기는 더 높은 수준의 지적 활동으로, 다양한 독서를 통해 축적된 지식과 논리적 사고, 전개 방식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는 창의적인 작업입니다. 이렇듯 읽기와 쓰기는 말하기와 듣기 같이 자동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닙니다.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Grade 5 정도까지의 시기에는 국제학교의 커리큘럼 자체가 비교적 여유롭기 때문에 수업을 잘 따라간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학습 부담이 적은 이유는 바로 그만큼 ‘독서’에 시간을 투자하라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Grade 6에 들어가면 Middle School로서 본격적으로 학습량이 많아지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책에 푹 빠져 살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독서가 답입니다.
한국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콩글리시 표현이나 문법적 오류를 고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서입니다. 일상 대화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고급 어휘도, 문맥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은 다양한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주며, 세대와 인종, 문화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사랑, 정직, 진실함 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런 사유와 성찰은 어떤 부모의 잔소리보다 훨씬 강력한 삶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책 한 권에는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인생을 직접 살아볼 수는 없지만, 책을 통해 그 삶에 동화되고, 함께 느끼고 고민하며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책을 10권, 20권 읽은 사람과, 단 한 권도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은 생각과 시야의 깊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지혜와 통찰을 갖게 됩니다. 아무리 형편없는 작가라고 해도, 그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수년간의 고민과 인내가 담겨 있습니다. 하물며, 수십 년을 넘어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검증된 명작이라면, 그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영어 실력 향상을 넘어, 인생을 이끄는 값진 통찰과 교훈을 선물받는 일입니다.
SAT 점수는 덤입니다.
여름방학 동안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들여 주입식으로 교육시켜야만 만족할 만한 SAT 성적을 받을 수 있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꾸준히 독서를 즐겨온 학생은 단기간의 인위적인 학습으로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어떤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특히 귀하고 소중한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많습니다.
꾸준한 독서 습관, 그리고 책 읽는 즐거움을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은 부모의 몫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세상은 아이 혼자 독서에 몰입하기 어려운 수많은 유혹과 방해 요소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책이 주는 고차원적인 재미와 희열을 한 번이라도 느낀 아이는 책을 결코 쉽게 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더라도, 독서의 습관과 지혜는 그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